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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빕스 샐러드바는 정말 최악이었다. 그럼 스테이크는? 본문

2021-2023

제주도 빕스 샐러드바는 정말 최악이었다. 그럼 스테이크는?

9Diin 2021. 1. 1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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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정말 백만 년 만에 스테이크를 썰고 왔다. 살면서 '스테이크'라는 음식을 먹어본 횟수가 오늘로 3번째이다. 스테이크라는 음식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나 같은 완전 극 하층민은 나이프는커녕 감히 쳐다도 볼 수도 없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나를 정말 있는 그대로 아껴주는 사람이 나를 위해, 오로지 나를 위해 이 값비싼 음식을 꼭 먹이고 싶다며 빕스에 데리고 왔다.

제주도 빕스 노형점

 

나는 오후 2시 30분쯤 빕스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로 인해 외식이 줄어든 탓이겠지? 오히려 사람이 없어서 다행일까? 복잡 미묘한 감정을 품은 채 그리고 스테이크를 먹을 생각에 너무 들뜬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흔한 QR코드 체크인 서비스. 처음엔 손가락 몇 번 까딱하는 것도 귀찮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일일이 체온을 체크하고 전화번호 작성하고 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한 것 같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다 보니 블로그를 위한 사진을 찍는 게 여간 어색한 게 아니다. 오른쪽 사진은 뭔가 '지금 내가 스테이크를 먹으러 왔다!'라고 알리는 듯하여 자랑하려고 찍었다. (나는 분명 아직 어리다.)

자리를 잡고, 우리는 런치 메뉴에 있는 안심스테이크 하나와 샐러드 바 이용을 하기로 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돈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즐길 것이라고 다짐해 온 탓에 계속해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생각보다 먹을 메뉴가 없었던 것.

빕스를 28년 만에 처음 와 본 나로서는 적잖이 당황했다. 이게 뭐지? 원래 이런 곳인가 싶었다. 전체적으로 메뉴가 다양하지 않았고, 뭘 먹어야 할지 엄두가 안날 정도였다.

 

그래도 아주 먹을 게 없었던 건 아니었다. 피자, 감바스, 폭립 등. 그러나 내가 고른 메뉴가 이상한 탓인지 피자는 너무나도 딱딱했고, 폭립은 너무 기름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너무 느끼했다. 감바스는 그냥 그럭저럭. 

 

개인적으로 폭립은 너무 별로였다.

 

개인적인 입맛의 차이가 있을 순 있겠으나, 그래서 맛있게 먹어보려 노력도 했다.

 

콘 수프를 넣고 펄펄 끓여 따뜻하게도 먹어보고, 콘 수프만 따로 데워 폭립을 찍어 먹어 보기도 했으나, 일단 폭립 자체도 너무 차가워서 어떻게 맛의 커버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아쉬웠다.

 

그나마 먹을만 한걸 찾은 게 있다면, 닭볶음 요리와 프라이드치킨 그리고 이름 모를 면 요리(왼쪽) 이었다. 프라이드치킨은 '치느님'이어서인지 모르겠으나 내 입맛엔 아주 잘 맞았다. 퍽퍽하지도 않고, 살코기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부드러웠다. 그리고 소스도 따로 구비되어 있어 위생상으로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던 음식 중 하나였다.

 

결국 샐러드 무한리필 바에서 건진 요리는 이게 고작이었다. 쌀로 된 음식은 워낙 가리는 것 없이 먹는 스타일이라 볶음밥은 아주 내 입맛이었다. 

딱 봐도 먹을 게 없어 억지로라도 담은 것처럼 보인다. 너무 빕스를 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메인 디시가 나오지 않아서 거기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빕스는 스테이크 먹으러 오는 거니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안심스테이크'님과 영접했다. 스테이크를 먹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원래 이렇게 스테이크가 작았나 싶었지만, 처음 먹어보는 티를 최대한 주위 사람들에게 내지 않기 위해 얌전히 나이프를 들어 한 손에 포크를 쥐고 썰기 시작했다.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 2가지 타입이 있다. 하나는 위 사진처럼 우리가 알아서 익힘을 조절하며 먹는 타입. 다른 하나는 주문할 때 익힘의 강도를 정해 요리되어 나오는 타입. 우리는 첫 번째 타입으로 주문해서 우리가 먹고 싶은 대로 스테이크를 익혀 먹었다.

나는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마늘과 새송이버섯이 너무 좋다. 고기만 덩그러니 나오는 것보다 뭔가 고기의 느끼함을 고소함으로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몇 년 전,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정말 원 없이 새송이버섯을 익혀서 구워서 먹었는데 아직도 여전히 맛있다. 그리고 어떻게 마늘을 이렇게 감자처럼 것만 바짝 노릇노릇하게 익힐 수 있는지 신기했다.

 

고기를 한 점 한 점 썰어 부드럽게 익히기 시작했다. 포스팅을 하는 지금도 군침이 돈다. 스테이크는 진짜 맛있었다.샐러드 바에서 강하게 받은 실망감을 스테이크로 위로했다. 뭔가 적절히 이미 익혀 나와서 칼로 스테이크를 설 때 느낌이 엄청 부드러웠다. 슥슥 들어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내가 진짜 요리를 먹고 있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정말 맛있었다.

스테이크 is good.

총평.

어찌 됐든 스테이크를 먹으러 온 거라서 스테이크는 나름 만족하게 맛있게 먹었다.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허브솔트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여자친구가 추가로 따로 시킨 머스터드소스는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물론, 여자친구 입맛에도 별로였다. 그냥 가볍게 소금에 찍어 먹는 걸 추천한다.

이렇게 나의 파랑만장했던 빕스 투어는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 샐러드 바를 이용하려고 빕스는 다신 안 갈 것 같다. 차라리 샐러드 값으로 다른 가게에서 다른 스테이크를 먹을 것 같다. 그만큼 너무 샐러드 바가 아쉬웠다.

그래도 잘 먹었다. 좋은 시간이었다. 나름(?)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와플까지 먹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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